미래를 만든 Geeks - 앤디 허츠펠드 지음, 송우일 옮김/인사이트 |
어렸을적, 컴퓨터 잡지에서 본 매킨토시는 꿈의 컴퓨터였다. 가끔씩 매킨토시의 GUI 화면이 기사로 나올때가 있는데 그게 어떻게 동작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냥 상상만 할 수 밖에 없었고 꿈속에서만 가질수 있는 컴퓨터가 되고 말았다. 세월이 흐르면서 매킨토시는 잊혀지고 관심 밖에서 멀어졌다. 그러다가 앤디 허츠펠트가 지은 책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매킨토시 개발초기는 몹시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인다. APPLE 에서 주력으로 밀고 있던 상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종의 대안으로 생각했던 것이고 실패해도 그만이었다. 인텔의 80386 프로세서도 주력상품의 실패를 대비한 땜빵용이었지만 대박을 터뜨렸다. 지나친 고성능을 추구하면 실패의 위험이 커진다. 매킨토시는 몇명의 개발자로 시작해서 저렴하게 보급할 수 있는 단순한 컴퓨터를 추구했다.
처음에는 스티브 잡스의 반대가 있었지만 나중에는 내부 배선의 모양까지 트집 잡을 정도로 프로젝트에 깊이 관여하게 된다. 관심이 늘어갈수록 요구사항은 늘어가는데 해결할 방법은 나타나지 않는다. 64KBytes 의 램과 8KBytes 의 롬에 GUI를 구현해야 한다. 네모를 그리고 창을 만들어야 하는 루틴을 8KBytes 의 롬에 구현할 수 있을까? 다행히도 기술의 발달로 대용량의 롬을 탑재할 수 있게 되고 64KBytes 까지 확장된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꼼수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 꼼수는 나중에 성능이 확장되었을 때는 장애가 되었다. [우수한 성능 -> 부족한 자원 -> 꼼수 -> 장애 -> 처음부터 다시 개발] 이라는 순서는 어느 제품에나 있는 것 같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 시리즈에는 로봇 공학 3원칙이 양전자 두뇌의 깊숙한 곳에 있어서 수정이 불가능하다고 하는데 현실에서는 그런 물건이 만들어지기는 어렵다. 로봇 공학 3원칙은 커녕 움직이기만 해도 다행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꼼수가 등장하기 마련이고 나쁜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는 구멍이 생기기 마련이다.
어떤 것이 처음 발명되었을 당시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흥미롭다. 창의 모서리를 둥글게 만들때의 에피소드에서 또다시 스티브 잡스의 고집이 느껴진다. 엔지니어의 관점에서는 그게 중요한 기능인가를 먼저 따졌겠지만 잡스는 현실세상에서 모서리가 둥글게 만들어진 물건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이유로 든다. 마우스로 버튼을 클릭하는 것도 현실세계에서 버튼을 누르는 것을 모사한 것이니 그말이 맞기는 하다. 가끔은 해당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사람이 해답을 주는 경우도 있다.
아이폰을 보면서 배터리 교체가 안되는 디자인이 이해가 안되었는데 그 이유가 쓸데없이 복잡하면 고장나기 쉽다는 것이다. 그러한 철학은 매킨토시 개발과정에서도 나타난다. 하드웨어를 개발한 버렐 스미스는 APPLE 의 확장슬롯이 마음에 들어서 매킨토시에도 확장슬롯을 넣으려고 했지만 스티브 잡스에게 걸려서 포기해야만 했다. 당시에도 마찬가지로 사용자가 내부를 열어서 이것저것 만지게 하면 고장나기 쉽다는 이유였다.
앤디 허츠펠트는 매킨토시 개발의 최고의 공로자는 스티브 잡스라고 말한다. 세세한 부분까지도 신경써서 만들고 흥행을 시키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기울인 점을 생각하면 인정할 만 하다. 남의 아이디어를 슬쩍 가로채거나 자기가 했다고 우기는 등의 야비한 점이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야비한 것으로 따지자면 빌 게이츠도 만만치 않다. 남의 것을 가로채거나 은근슬쩍 떼어먹는 모습도 보인다. 성공한 사업가가 되기 위해서는 도덕보다는 추진력이 중요한 요소일지도 모른다.
스티브 잡스의 추진력을 알 수 있는 것이 매킨토시의 광고이다. IBM 을 독재자로 표현하고 APPLE 이 선으로 등장하며 독재자가 지배하는 세상에 자유를 준다는 내용이다. 주주총회에서 이 광고를 소개하는 장면이 있는데 대단히 자신감 넘치고 오만해 보이기 까지 한다. 오만하게 살지 말라는 말은 사업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주주총회장면은 다음에서 볼 수 있다.
이책의 영어원문은 http://www.folklore.org 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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