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를 자극하는 프로그래밍 원리 - 한세경 지음/한빛미디어 |
배우면 배울수록 근원적인 것을 추구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갈증을 해소해 줄 수 있는 책들은 많지 않다. 너무 깊게 파서 철학책이 되어 버린 책도 있고 너무 말랑말랑하게 다뤄서 읽을거리가 없는 책도 있다. 적당히 완급조절을 하면서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책이 아쉬울 때가 많다. 같은 이야기라도 술술 읽히도록 책을 쓰는 것이 저자의 능력이다. 겉표지에 '공학박사'를 큼직하게 박아넣은 책은 읽기가 부담스럽다. 뭔가를 과시하려는 듯한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을 뿐더러, 책 내용에 자신 없다는 이야기도 되기 때문이다. 믿었다가 후회하는 일이 자주 일어나다 보니 요즘에는 표지도 신경써서 보게 된다.
[뇌를 자극하는...] 이라는 제목이 자극적이기 때문에 거부감도 들지만 내용은 만족스러웠다. 무리하지 않고 호기심을 일으키는 서술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뭐, 내용 자체는 아주 신선하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CPU 부분은 MIPS 를 예로 들고 있는데, 유명한 책인 [Computer organization and Design] 에서 따온 내용이다. 그래도 쉽게 설명하려고 노력한 점은 인정할 필요가 있다.
C 언어가 사람보다는 하드웨어에 가까운 언어이기 때문에 언어를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하드웨어의 원리를 이해하도록 강제하는 경향이 있다. 무리하게 배우기 보다는 하나씩 배워나가는 편이 자연스럽다. 책에 나온 내용 정도만으로도 상당한 수준이다. 아주 깊게 다루지는 않지만 꼭 필요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이 책을 대학교 교재로 쓰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봤지만 이렇게 말랑말랑한 책이 교수님들 취향에 어울릴 것 같지는 않다. 무조건 어렵게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말이다. 그러나 외국교재의 번역서나 원서를 고집하기 보다는 새로 나온 책 중에서 괜찮은 책을 골라서 교재로 써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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