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워즈니악

스티브 워즈니악 - 10점
스티브 워즈니악.지나 스미스 지음, 장석훈 옮김/청림출판

스티브 잡스와 함께 애플사의 공동창업자로 유명한 스티브 워즈니악. 잡스가 언급될때면 언제나 같이 등장하지만 워즈니악 본인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없다. 애플을 공동창업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를 떠났고 그 뒤로는 주목할 만한 이야기거리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워즈니악의 회고에는 애플 창업에 대한 이야기보다도 APPLE II 컴퓨터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다. 그리고 APPLE II 컴퓨터를 잡스와 공동으로 개발했다는 이야기에 몹시 화를 내고 있다. 심지어 애플 컴퓨터를 창업하던 시기에도 다니던 직장인 HP 에서 개발해 보려는 시도를 했다. 직무발명에 해당하므로 회사에 알려야 한다는 규정을 충실하게 따른 것이기는 하지만 워즈니악 본인의 의도는 회사를 창업하기 보다는 훌륭한 직장인 HP 에서 계속 일하고 싶다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HP 에서는 APPLE II 의 개발소식에도 별 반응이 없고, 심지어는 개인용 컴퓨터를 새로 개발하면서 워즈니악을 배제시키려고 했다. 대단히 혼란스러운 상황이지만 왜 그랬을까를 곰곰히 생각해 보면 충분히 이해가 된다. 


APPLE II 를 잡스와 공동으로 개발했다는 소문에 대해서 워즈니악이 그렇게 화를 냈던 이유는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내지 못한다는 두려움이 나타나 있다. 애플의 공동창업자이기는 하지만 잡스가 더 주목받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애플 컴퓨터사에서 당시 잘 팔리고 있던 APPLE II 의 개발을 중단하고 APPLE III 의 개발에 나섰던 것은 왜일까. 창업자를 제외한 다른 이사들에게는 자신이 주도하고 통제할 수 있는 것이 필요했기 때문일 것이다. 잡스는 왜 매킨토시 개발에 그렇게 집착했을까. 잡스가 공동창업자이기는 하지만 새로 영입한 경영진이나 이사회 입장에서는 회사를 위해서 공헌한 것이 별로 없다고 생각할수도 있다. 잡스 입장에서는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회사를 성장시키는 영웅이 되고 싶었을 것이다. HP 사람들이 워즈니악을 배제시키고 자신들만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것도 워즈니악을 참여시키면 자신들이 할일이 없어진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APPLE II 도 워즈니악 혼자서 만들었는데 다른 사람들이 할일이 뭐가 있겠는가.  이런 관계를 생각해 보면 제품이 새로 나올때마다, 기능이 하나 추가될 때마다 누군가의 두려움과 초조함이 느껴진다. 


APPLE II 의 성공에는 좀 묘한 면이 있다. 확장성을 높이기 위해서 슬롯을 여러개 설치하고 컬러 비디오 기능을 추가하고 메모리를 늘린다. 이건 그냥 남들보다 더 뛰어난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엔지니어의 고집 때문이었지만 성공의 발판이 된 것은 [비지칼크] 라는 소프트웨어 덕분이었다. 고성능 하드웨어를 요구하는 소프트웨어가 있었는데 때 마침 그에 맞는  하드웨어가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기 위해서 그 하드웨어를 구입한다. 산업의 성장기에 적절한 기술이 서로 펌프질을 해가면서 판매를 늘려가는 절묘함이 성공의 바탕이 된 것이다. 


60년대 미국의 전자산업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일본의 60년대 전자산업 이야기는 샤프사의 사사키 다다시 전무가 쓴 책에 잘 나와 있다. 당시 일본에서는 민수용으로 사용할 반도체 부품이 필요했는데 미국 회사에 주문하려고 하니까 자신들은 민수용은 생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군사용이나 우주개발용으로 만들면 더 높은 값을 받을 수 있는데 뭐하러 민수용을 만드냐는 것이다. 미국의 산업이 최고 전성기였던 시절의 배부른(?)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60년대 미국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다. 윗집 아저씨는 미사일용 부품을 개발하고 아래집 아저씨는 우주선용 부품을 개발하던 그시절 워즈니악과 친구들은 자연스럽게 전자공학에 빠져들어간다. 당신이 그 시기에 실리콘 밸리에 살았기 때문에 ,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지 않았느냐고 따져 묻고 싶을 만큼 행복했던 시기가 아닌가. 자신의 환경탓을 하지 말라고 많은 이들이 말들을 하지만 이렇게 좋은 환경이라면 실패하기가 더 어려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