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장을 배우다 보면 변위(Displacement) 라는 표현이 다양한 곳에서 쓰이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정확이 어떤 뜻인지 감을 잡기가 어렵다. 물리학을 처음 배울 때 이동거리와 변한위치(=변위)의 차이점을 구별하는 법이다. 이동거리는 시작점에서 끝점까지 이동한 총 거리를 뜻하고, 변위는 시작점에서 끝점까지의 가장 작은 거리를 뜻한다. 그런데 이 뜻을 전기장에서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중요하지 않은 내용일수도 있는 변위의 뜻에 대해서 잠시라도 생각해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1. 위치를 바꾸었다.
변위는 위치를 바꾸었다는 뜻이다. 물리학에서는 처음 위치와 나중 위치를 이은 선을 따라 움직인 것만을 [변한위치]라고 한다.
최단경로를 제외한 경로는 이동거리(Distance)이다.
전자기학에서 변위는 조금 묘한 뜻으로 쓰인다. 전속밀도를 뜻하는 D는 Displacement 의 줄임말이다. 전속밀도(Electric Flux Density)를 Displacement 의 줄임말인 D로 표시한다?? 이것을 처음 쓴 사람이 설명해주는 것이 제일 바람직하겠지만 누구인지 알 수가 없으니 그냥 때려 맞추는 것이 제일 편하다. 가우스 법칙(Gauss's Law)을 설명하는 다음 그림을 비교해보자.
왼쪽 그림은 중심에 전하들이 있고 주변으로 전기력선이 뻗어 나가는 그림이다. 오른쪽 그림은 가우스 표면(Gaussian Surface) 근처에 전하들이 퍼져있는 그림이다. 가우스 법칙에 따르면 가우스 표면을 빠져나오는 전기력선을 모두 더하면 가우스 표면 내부의 총 전하량이 된다. 따라서 왼쪽 그림과 오른쪽 그림은 결과면에서 같다. 눈으로 봐도 다른 그림인데 어째서 같은것인가. 그것이 Displacement 를 이해하는 핵심이다.
다음 그림을 보자. 같은 그림을 약간 다른 느낌으로 그려봤다.
왼쪽 그림은 중심에 있는 전하와 가우스 표면 사이가 비어있다. 오른쪽 그림은 전하와 가우스 표면 사이가 비어 있지 않다. 그럼 오른쪽 그림은 전하들이 고르게 퍼져 있는 그림인가? 약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자. 이것은 등고선을 표시한 것은 아닐까? 진한 부분이 높이가 높은 것이고 흐릿한 것은 높이가 낮은 것은 아닐까? 그림을 다시 그려보자.
그림을 입체적으로 그려보자. 왼쪽은 중심에 기둥이 있고 나머지 공간은 높이가 0이다. 오른쪽은 중심에서 가장자리로 가면서 점점 높이가 낮아진다. 전하는 주변 공간을 변형시킨다. 거꾸로 말하면 주변공간이 변형된 것을 전하라고 부른다. 물질과 공간을 명확히 구별하지 않는 관점에서는 어떻게 표현해도 맞는 말이다. 가우스 법칙에서 전하밀도는 공간이 변형되어 있는 정도, 또는 공간의 기울기를 뜻한다. 따라서 실제의 모습은 오른쪽그림에 가깝다.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왼쪽 그림과 같이 상상하면 전자기학을 이해하는 것이 대단히 어려워진다.
다시 Displacement 의 뜻을 생각해보자.
위의 그림에서 전하들이 위치를 바꾸어도 상관없다고 했다. 위치를 바꾸었을 때 달라진 것은 전하 밀도이다. 전하들이 중심에 모여있는 왼쪽 그림에서는 중심에서 바깥쪽으로 뻗어나갈수록 전기력선 밀도가 낮아진다. 오른쪽 그림에서는 아예 전하들을 넓게 퍼트려 놓았다. 자연스럽게 전하밀도가 낮아지면서 전기력선 밀도도 낮아진다. 결국 위치를 바꾸어도(Displace) 변하는 것은 없다. 전하라는 것은 전기적인 성질을 뜻하는 것으로 물질 그 자체라기 보다는 공간의 속성(property)으로 보는 것이 이해하기가 편하다.
따지고 보면 공간에는 전기적 속성과 자기적 속성이 있다. 기본적으로 전기와 자기를 전달할 수 있다. 여기에 기하학적인 구조를 만들면 특정방향으로만 전달할 수 있다. 그런 구조로 만든것이 전송선이다.
자동판매기에 동전을 넣고 버튼을 누르면 음료수 캔이 나오는 것처럼 전하라는 공간의 속성을 변화시키면 다른 속성도 변한다.
그림을 약간 다르게 그려 보자.
중간에 있는 전하 그림을 없애 보았다. 그래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중요한 것은 전기적 속성의 밀도와 방향이지 무엇이 있느냐가 아니다. Gaussian Surface 에서 측정하는 것은 전기적 속성의 밀도와 방향이다. 그리고 그것의 합은 Gasussian Surface 를 크게 잡든 작게 잡든 동일하다. C/m2 라는 단위는 그 공간의 전기적 속성이 밀도로 표현된다는 것을 뜻한다. 여기에 단위벡터를 곱하면 방향까지 표시할 수 있다.
핵폭탄이 떨어진 지점을 Ground Zero 라고 한다. 그 지점을 영점으로 잡고 점점 범위를 넓혀 가면서 동심원을 그리면 핵폭탄의 피해 반경이 나온다. 핵폭탄을 사용한 입장에서는 투하지점을 알 수 있지만 폭격을 맞은 입장에서는 핵폭탄이 투하된 지점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피해를 입은 지역의 피해정도를 지도에 표시해 가면서 방향을 역추적 해 나가면 대강의 위치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피해정도와 방향]이 될 것이다. 핵폭탄이 터져서 주변 공간을 파괴시킨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거꾸로 파괴된 주변 공간으로 핵폭탄이 터진 위치를 추정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전하가 주변공간을 변형시키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거꾸로 변형된 주변공간으로부터 무엇인가를 변형시키는 것이 있으리라 추정하는 위치를 알 수 있다. 하지만 그 무엇인가가 없어도 상관이 없다.
D 와 E의 관계에서 D는 소스이고 E는 +1C 의 전하가 느끼는 공간이다. D가 만들어낸 공간을 느끼기 위해서는 +1C이 필요하다. 이것은 변형된 공간에 물을 붓는 것과 같다. 투명인간을 눈으로 보려면 물을 부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투명인간의 진짜 모습은 아니다. 하지만 물이라는 미디어를 통해서 볼 수는 있다.
Gaussian Surface 1 과 2 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범위를 크게 잡았느냐 작게 잡았느냐의 차이다. Gaussian Surface 를 따라서 흐르는 물의 양을 측정하는 측정기를 각 지점마다 하나씩 설치해 보자. Gaussian Surface 를 크게 잡았다면 측정기 각각에 측정되는 물의 양은 작을 것이다. 하지만 측정기의 수가 많으므로 물의 양을 모두 더해 보면 Gaussian Surface 2 에서 측정한 양을 더한 것과 같을 것이다. 굳이 이렇게 설명하는건 전기력선을 이용하여 그림을 그리면 전하에서 선이 나오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하기 때문이다. 전하 분포가 시간에 따라 변하지 않는 정전계인데 선이 나올리가 없다. 가우스 표면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서 전하들이 이동한다는 오해를 할수도 있다. 그러나 전하가 이동하면 전파가 발생한다. 정전계에서는 D(x,y,z)와 같이 표현된다. 시간에 따라 변하는 전계라면 D(x,y,z,t) 와 같이 시간 요소 t 가 추가된다. 정전계는 공간만 따지므로 전자기파가 나온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림에서 surface 를 선으로 그렸지만 그건 표현력의 한계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고 실제로는 면으로 생각해야 한다. 3차원 공간의 밀도를 2차원의 모니터로 표현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위의 그림은 전기장을 평면으로 그려본 것이다. Source 는 전기력선의 밀도가 가장 높은곳이고 Source 로부터 멀어질수록 전기력선의 밀도가 낮아진다. 즉, Source 에 어떤 물질이 있다기 보다는 밀도가 가장 높은 곳을 Source라고 설정하는 것이다. 공간에 분포한 전기적 에너지 밀도가 전계에서의 중요한 포인트이다.
결국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전기력선으로 표현하는 그림에서 찾아야 하는 것은 [밀도와 방향]이라는 점이다.
2. 물리적(Physical) 논리적(Logical)
변위는 위치를 바꾸었다는 뜻이다. 물리적(Physical)인 것과 논리적(Logical)인 것은 무엇일까. 논리적이라는 것은 보통 [차근차근 따져가다. 말이 앞뒤가 맞는다. 머리속으로 생각한다.] 등의 뜻으로 쓴다. 논리적이라는 말은 확고하게 자리잡은 이미지가 있어서 오해의 소지는 거의 없다. 그런데 문제는 물리적이라는 말이다. 과학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많이 쓰이는 표현이다. 여기저기서 많이 쓰다보니 혼동이 오는 경우가 많다.
"용의자는 물리적인 폭력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물리적 폭력] 이라니? 그럼 [화학적 폭력] 도 있나?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도 간혹 있다. 물리적이라는 말은 [육체적인, 현실의, 직접적인] 이라는 뜻이다. [물리적 폭력, physical abuse]이라는 말은 [언어 폭력, verbal abuse]과 구별하기 위해서 만든 말이다. 그럼 이것을 전기회로에 적용해 보자.
교류(AC) 를 커패시터에 흘려주면 물리적으로는 왼쪽과 같은 회로가 논리적으로는 오른쪽과 같은 회로가 된다. 즉, 실제로는 공간이 떨어져 있어서 전기가 통하지 않아야 하지만 논리적으로는 회로가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다. 이 때 커패시터에 흐르는 전류를 변위전류(Displacement Current)라고 한다. 전선에 흐르는 전류인 전도전류(Conduction Current)의 개념을 확장해서 공간적으로 떨어져 있어도 전류가 흐르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에서는 [대체전류]라고 써야 한다고 했지만 이것은 기존의 전류개념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전류개념의 확장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전자가 도선을 통해 직접적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전도전류(Conduction Current)라면 전기장의 변화로 인해 거리상으로 떨어져 있는 곳의 전자를 이동하도록 만드는 것이 변위전류(Displacement Current)이다. 또한, 전자가 직접 공간을 이동하여 전류가 흐르는 것은 대류전류(Convection Current)이다.
도체사이의 유전체를 통해서 전기장이 전달되고 과도상태(Transient State)에서 정상상태(Steady State)가 될 때까지 전류가 흐른다. 정상상태가 되면 전류가 흐르지 않는다. 하지만 방향을 바꾸어서 전류의 방향을 바꾸면 다시 과도상태가 되어 반대 방향으로 전류가 흐른다.
이러한 변위전류는 커패시터 뿐만이 아니라 커패시터 효과가 나타나는 곳에서도 흐를 수 있다. 예를 들어 IC 의 다리와 다리 사이도 일종의 커패시터와 같다. 때문에 플럭스를 떡칠하면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이런 변위 전류를 이용한 기구는 커패시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안테나또한 변위전류를 훌륭하게 이용한 기구이다. 안테나에 교류전류를 흘려주면 공간(유전체)을 통해서 전기장의 변화가 발생하고 다른 곳에 있는 안테나의 전자를 이동시킨다. 전자의 이동은 전류를 발생시킨다. 믹서로 주파수를 변환시키고 트랜지스터로 전류를 증폭시키는 과정이 추가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물리적으로 떨어진 곳에 있는 전자를 이동시킨다는 점에서는 같다.
그림을 옆으로 그렸기 때문에 자계의 모습은 생략되어 있다. 무선통신은 물리적으로는 떨어져 있지만 전기적 관점에서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전기적 관점에서 변위(Displacement)는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지만 전기적으로는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 묘한 점이다. 이것은 전기적 관점에서는 빈공간이 없기 때문이고 공간은 작은 커패시터가 모여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파를 발산시킨다는 것은 전기적 공간을 흔들어 대는 것이다. 그리고 그 흔들림은 커패시터로 구성되어 있는 공간을 타고 먼 곳까지 전달된다.
전기적 공간에 대한 설명은 다음을 참고:
http://appleii.tistory.com/113
전기적 공간 뿐만이 아니라 중력 공간에서도 입자가 진동하면 중력파가 발생한다.
마치 고무막을 위 아래로 잡아 당기면 고무막이 진동하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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