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계 일주로 경제를 배웠다 - 코너 우드먼 지음, 홍선영 옮김/갤리온 |
전세계를 돌아다니면서 거래를 하고 여행을 할 수 있을까? 대항해 시대의 무역상도 아니고 전자상거래가 발달한 현대에서 뭐하러 그런 수고스러운 일을 하려고 할까? 하지만 상거래의 기본은 고객을 직접 마주 보면서 흥정을 하고 거래를 하는 것이다. 땀내나고 귀찮은 일을 굳이 하려고 하는 사람이 하나 있다. 사무적으로 해고를 통지하고 자산을 매각하는 일을 하던 사람이다. 해고자의 명단을 불러주고 처리해야 되는 자산을 정리하면 된다. 일은 참 쉬울 테지만 마음을 괴롭다.
직접 사람들과 부딛치며 돈을 벌어보자. 하지만 과연 내가 거래에 소질이 있는걸까. 본 게임에 들어가기에 앞서서 물건을 팔아보자. 모로코에서 양탄자를 팔아보는 거다. 만약 양탄자를 팔아서 이익을 얻는 다면 흥정과 거래에 소질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그리고 방송국의 협조를 얻어서 거래여행을 방송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행이 끝나면 책을 내야지! 여행이 끝나면 나는 돈도 벌고 유명인이 되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거래에서 재산을 날릴수도 있다. 뭐 어쩌겠어 그정도 모험은 각오하고 있다.
수단에서 낙타를 사서 이집트에 팔아보자. 낙타를 잘 고른다면 대박이 날 것이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가는곳마다 스파이가 아니냐며 의심을 한다. 게다가 이곳 사람들 일처리는 완전히 엉터리다. 시작부터 일이 꼬였다. 예측하지 못한 일이 계속 생기고 있다. 과연 이 여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 것인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 선진국을 제외한 지역을 선택한 것이 실수였을까. 기본적인 것조차 없는 나라에서는 거래 수익률은 높을지 몰라도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중앙아시아에서 말 거래로 손해를 보고 일본에서는 거리에서 차를 파는 고생도 했지만 모두 손해만 보는 장사를 했다. 자신이 잘 모르는 품목은 취급하지 않는것이 좋겠어. 멕시코에서 브라질을 거쳐 다시 영국으로 돌아오는 수 개월간의 여행.
거래여행을 떠나고 나자 금융위기가 닥치고 많은 사람들이 해고 되었다. 세상일은 알 수가 없다. 가장 잘 나가던 직장이 사라지고 사람들은 해고되었다. 오히려 위험부담을 안고 했던 모험이 더 대박이 났다. 세상에는 아직 개척되지 않은 시장도 많고 고수익이 날 수 있는 품목들이 많아. 주식시장과 전자상거래가 전부가 아니라는 뜻이지. 자본을 추구하는 행위는 인류가 오랬동안 해왔던 것이잖아? 이번 여행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웠어. 당신도 도전해 보지 않을텐가?
[나는 세계일주로 경제를 배웠다]는 어처구니 없는 제목이다. 차라리 원작대로 [Around the world in 80 trades] 를 번역한 [80일간의 거래일주]가 더 괜찮은 제목이다. 뭔가 자극적인 제목을 정하려다 보니 오히려 더 이상한 제목이 나온 모양이다.
방송사의 협조를 얻어서 촬영을 했던 이야기는 빠져있다. 저자인 코너 우드맨의 사업수완을 알 수 있는 좋은 사례임에도 그런 내용은 빠져있다. 직접 찍은 사진을 몇 장 첨부하고 특정지역에서 유망한 사업아이템 몇가지를 정리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전직 애널리스트 임에도 그런 분석이 빠져 있다는 점이 좀 아쉽다. 분명, 이 책을 읽고 똑같은 거래여행을 해보려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보려는 사람도 있을 것인데 그런 사람들을 위한 정보는 나와 있지 않다.
몇몇 품목은 아는 사람들의 협조를 얻어서 정보를 얻었지만 나머지는 그냥 여행의 재미를 위해서 해 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모한 투자가 많았다. 낙타거래와 말 거래에서 호되게 당했는데 높은 수익을 안정적으로 내려는 생각이었다면 현지인의 텃세가 심한 그런 품목에 투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방송으로 나갈 것을 의식해서 뭔가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만들려는 것이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영국인들이 고지식하고 답답하다는 이미지가 많지만 의외로 엉뚱한 면이 많다. 버진 그룹의 리차드 브랜슨 회장같은 사람들이 종종 나오는 것은 답답한 현실을 개척해 보려는 반항심에서 나온 것은 아닐까. 리차드 브랜슨 회장도 은근히 반항적이고 모험을 즐기는 편이다. 현실이 부정적일수록 더욱 삐딱하고 공격적으로 나갈 필요가 있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도 일자리는 적고 사람은 많기 때문에 스스로 창의성을 발휘해서 개척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저자의 쿨한 성격과 개척정신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알고 보면 그런 성격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좋은 부모 밑에서 자라서 좋은 직장을 얻고 성공적으로 부를 축적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종자돈이라도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은 좋은 직장을 얻고 부동산 투자로 이익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의 이야기는 아니라서 좀 실망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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