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채무의 재판상청구로인한 단기소멸시효연장 <-> 보증채무

[민법]

제165조(판결등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의 소멸시효)
① 판결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은 단기의 소멸시효에 해당한 것이라도 그 소멸시효는 10년으로 한다.

주채무의 재판상 청구는 보증채무에도 영향을 미친다. 주채무에 대해서 재판상 청구가 이루어지면 소멸시효가 중단되는데, 보증채무도 같이 중단되는 것이다. 채권의 소멸시효는 일반적으로 10년이다. 그러나 10년보다 작은 단기소멸시효에 걸리는 채권들이 있다. 이 채권들은 소멸시효가 완성되기 전에 재판상 청구를 해서 승소하면 그 때부터 소멸시효가 새로 진행하며 소멸시효 기간이 10년으로 연장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 경우 보증채무의 경우는 주채무의 소멸시효 연장의 효과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3년의 단기소멸시효에 걸리는 채권에 대해서 재판상 청구를 해서 승소하고 소멸시효가 10년으로 연장된 경우, 보증채무는 그 때부터 소멸시효가 새로 진행하지만 10년으로 연장되지는 않는다.

재판상 청구로 인한 소멸시효 중단의 효과는 둘 다 받으면서 보증채무만 소멸시효 연장의 효과는 받지 않는 이유는 뭘까? 채권자와 채무자 그리고 보증채무자 3자에게 공평한 방법을 생각해 보면 대법원의 판단을 이해할 수 있다.

일단, 대법원의 판결문을 읽어보자. (2004다26287)

한편, 민법 제165조 제1항이 “판결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은 단기의 소멸시효에 해당한 것이라도 그 소멸시효는 10년으로 한다.”고 정한 것은 단기소멸시효가 적용되는 채권이라도 판결에 의하여 채권의 존재가 확정되면 그 성립이나 소멸에 관한 증거자료의 일실 등으로 인한 다툼의 여지가 없어지고, 법률관계를 조속히 확정할 필요성도 소멸하며, 채권자로 하여금 단기소멸시효 중단을 위해 여러 차례 중단절차를 밟도록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보증채무가 주채무에 부종한다 할지라도 원래 보증채무는 주채무와는 별개의 독립된 채무이어서 채권자와 주채무자 사이에서 주채무가 판결에 의하여 확정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보증채무 자체의 성립 및 소멸에 관한 분쟁까지 당연히 해결되어 보증채무의 존재가 명확하게 되는 것은 아니므로, 채권자가 보증채무에 대하여 뒤늦게 권리행사에 나선 경우 보증채무 자체의 성립과 소멸에 관한 분쟁에 대하여 단기소멸시효를 적용하여야 할 필요성은 여전히 남는다.


주채무에 대해서 재판상 청구를 하여 승소하면 주채무의 존재는 확정된다. 따라서 확정된 주채무에 대해서 여유있게 재판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보증채무가 존재하는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는 상태이다. 보증채무의 존재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인데 주채무가 있다고 하여 같이 영향을 받는 것은 부당하다. 보증채무자도 보증채무의 존재여부에 대해서 자신의 주장을 항변할 기회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나중에 보증채무의 존재를 다투는 재판을 따로 진행하여 보증채무자가 항변할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 아니면 처음부터 주채무자와 보증채무자를 공동 피고로 했어야 한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대법원의 판단은 꽤 합리적이다.

그럼 민법 440조에서 말하는 것은 뭘까?

제440조(시효중단의 보증인에 대한 효력)
주채무자에 대한 시효의 중단은 보증인에 대하여 그 효력이 있다.

아직 주채무에 대해서도 보증채무에 대해서도 존재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인데도 둘 다 영향을 받도록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채권자가 주채무에 대해서만 재판상 청구를 하고 보증채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안 한 상태에서 시간이 흘러 보증채무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면, 주채무에 대해서 판결을 받은 채권자가 소멸시효가 완성된 보증채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상태가 된다. 따라서 어찌되었건 일단은 둘다 중단시켜 놓고 주채무와 보증채무에 대해서 둘다 동시에 따져보든, 하나씩 따져 보든 채권자에게 무엇을 해볼 수 있는 기회는 줄 필요가 있다.

채권자와 보증채무자에게 주장을 항변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측면에서 보자면 꽤 합리적인 판결이다. 민법에서는 채권자에게 기회를 주었다면, 법원에서는 보증채무자에게도 기회를 준 것이다.  

민법 169조와 440조는 서로 충돌하는데, 440조는 채권자를 위해서 예외를 둔 것이다.

제169조(시효중단의 효력)
시효의 중단은 당사자 및 그 승계인간에만 효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