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vil war 는 무슨 뜻일까? civil 은 '시민의' 라는 형용사니까 civil war 는 '시민전쟁' 인가? civil war 는 한국식으로는 내전(內戰)이다. civil war 를 '시민전쟁'으로 번역하는 것이 문제일까? 문제 맞다. 내전(內戰) 대신에 '시민전쟁'을 쓰면 어떤 느낌이 날까? '시민들이 국왕의 독재에 봉기하여 ... ' 같은 느낌이 나지 않는가? '시민'이라는 단어를 쓰면 바로 연결되는 것이 '영국의 시민혁명', '명예혁명' 이다. 영국의 왕권이 약해지고 의회권력이 중심으로 떠오르기 시작하는 영국의 민주화 과정이 떠오른다. 이런 느낌이 자칫 오해의 씨앗이 되곤 한다.
케이블 채널에서 영화 '블랙호크 다운' 을 시청하던 중에 황당한 번역을 보고 쓴 웃음만 짓고 말았던 적이 있다. 'civil war' 를 '민중 혁명'으로 번역해 버린 것이다. 허무해서 다시 봤더니 이런 내용이었다.
"이건 내전이요. 우리끼리의 전쟁이란 말이요."
죽이든 말든 자기나라 문제니 미국은 간섭하지 말라는 의미인데, 이것을 '민중 혁명'으로 번역하면 민주화 과정에 개입하여 독재정권을 지원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수준이 떨어지는 번역이 분명하지만 공중파 번역도 그다지 수준이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
거기다 기자들도 시민전쟁이라는 단어를 기사에 넣곤 한다. 부시 대통령이 당선되던 당시에 플로리다 주의 1000표 차이로 간신히 당선되는 상황이 발생하자, 시민전쟁 당시처럼 국론이 분열되어 있다는 외신의 보도가 있었다는 것이다. 여기서의 시민전쟁은 무엇일까? 아마도 한국에서 '남북전쟁'이라고 말하는 전쟁일 것이다. The Civil War , The American Civil War 라고 한다. '미국의 내전' 이라는 뜻인데 이게 시민전쟁으로 번역되어 버렸다. 보통은 '남북전쟁' 이라고 하는데 솔직히 이 번역도 이상하긴 마찬가지다. '미국 내전' 이라고 하면 그만이다. The Spanish Civil War 는 스페인 내전 이라고 번역하는데 미국 내전이라고 못 할 이유가 뭘까?civil war 는 같은 국가내의 구성원들간의 전쟁이다. civil 은 한국에서는 흔히 국민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영어권에서는 시민이라는 단어를 좋아하고 한국에서는 국민이라는 단어를 좋아하는 차이가 있다.
civil war 를 Oxford 영영사전에서 찾으면 다음과 같다.
같은 국가의 국민들간의 전쟁이라는 뜻이다. 한국어의 내전(內戰)과 같다.
그럼 오해를 만들어내는 시민혁명은 영어로 뭘까? 그건 People's revolution 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전쟁의 의미가 없다. 내전의 결과에 의해서, 승자들에 의해서 '시민 혁명'으로 격상될 수는 있겠지. 그렇다고 제3자가 civil war 를 함부로 시민혁명이라고 칭하는 것은 곤란하지 않을까?
그런데 재밌는 것은 '앙골라 내전'(Angola civil war)를 '앙골라 시민전쟁' 이라고 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앙골라 시민혁명' 이라고는 더더욱 하지 않는다. 앙골라 내전은 아프리카에서 수없이 발생하는 내전중 하나일 뿐이고 '시민혁명'과는 관계없다. 소말리아의 경우에는 '소말리아 내전' 이라고 해야 한다. 블랙 호크 다운의 허무한 번역은 civil war 를 문자그대로 번역하여 발생한 것이다. 단어 하나를 바꾸면 분위기가 아주 이상하게 흘러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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