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rassic Park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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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라기 공원을 정말 재미있게 보았기 때문에 영어공부삼아 원서를 보고 싶었다. 마침 교보문고에서 책을 할인판매하고 있어서 6000원 정도에 구입할 수 있었다. 미국에서 출판된 소설은 약간 독특한 면이 있다. 일단, 책이 너무 작다. 점퍼 주머니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작다. 작다는 것은 휴대하기 편리하다는 점에서는 장점이지만 책을 펴서 읽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단점이 된다. 게다가 종이의 질이나 인쇄상태 모두 아주 싸구려 티가 난다. 대신에 가격이 비교적 싸다. 적당한 가격에 보급하기 위해서 질을 최대한 희생시킨 셈인데, 가격이 좀 높더라도 읽기 편한 책이 더 좋다는 생각이 든다. 국내에서 번역된 책은 2권으로 분리가 되어 있는데, 이것이 미국과 한국의 출판문화를 말해주는 것 같다. 미국은 어떻게든 가격을 낮추려고 하고, 한국은 고급스럽게 만들어서 비싸보이게 만들려고 한다. 장단점이 있으나 하드커버를 사용하지 않고 1권을 5권, 6권으로 쭉쭉 늘려서 만들지 않는 다면 한국식 출판방법이 읽기에는 더 편하다.

원서 읽기에 익숙하지 않아서 일부 부분은 번역본과 대조해 가면서 읽었는데, 번역의 수준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알고 감탄했다. 원서에서는 표현이 많이 생략되어 전후 문맥을 이해해야 알 수 있는 표현들이 많아서 당황스러웠는데, 친절하게도 번역본에서는 내용을 자세히 설명해 가면서 한국 사람들에게 익숙한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이다.


 

"Hey," she said , more brightly. "According to this book, 'the beaches of Cabo Blanco are frequented by a variety of wildlife, including howler and white-faced monkeys, three-toed sloths, and coatimundis.' You think we'll see a three-toed sloth, Dad?" 
"I bet we do."
"Really?"
"Just look in the mirror."
"Very funny, Dad."
티나가 밝아진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이것 좀 봐요. 이 책에 보니까요, '카보 블랑코 해변에는 짖는 원숭이와 흰얼굴 원숭이, 세발가락 나무늘보, 코티먼디등을 포함하여 여러 종류의 야생 동물들이 살고 있다'라고 써 있는데요. 그럼 나도 세발가락 나무늘보를 볼 수 있을까요, 아빠?"
"그럼, 볼 수 있구말구."
"정말요?"
"지금이라도 거울을 한번 보면 나무늘보의 얼굴을 구경할 수 있을 게다."
"치, 하나도 안 웃겨요, 아빠."

아이의 느낌과 아버지의 느낌이 살아있는 번역이다. 그래서 이해하기가 쉽다. 게다가 원문을 보면 "Just look in the mirror." 라고 나와있는데 그게 무슨 뜻인지 한참을 보고 나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냥 거울을 보면 돼." 라고 했으면 읽는 사람이 당황했을 것 같다. 원본만 보면 모르겠지만 번역본과 같이 보면 이런 느낌으로 이해해야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어서 좋다.



어떤 번역소설은 문장을 이해하지 못해서 앞뒤 쪽을 뒤져가며 내용 파악을 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Jurassic Park 의 번역은 독자들이 헤매지 않도록 친절하게 번역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것은 번역자가 책의 내용을 이해하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몇 몇 부분은 잘 못 번역된 것을 알 수 있는데, 읽다 보면 뭔가 어색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Shortly before midnight, he stepped on the plane at the Dallas airport, a tall, thin, balding man of thirty-five, dressed entirely in black: black shirt, black trousers, black socks, black sneakers.

....

Humid Dallas air drifted through the open door. Ellie said, "Isn't it a little warm for black?"
"You're extremely pretty, Dr. Sattler," he said. "I could look at your legs all day. But no, as a matter of fact, black is an excellent color for heat. If you remember your black-body radiation, black is actually best in heat. Efficient radiation. In any case, I wear only two colors, black and gray."

자정 직전, 댈러스 공항에서 키가 크고 머리가 벗어지기 시작하는 서른다섯 살의 여윈 남자가 비행기에 탔다. 완전히 검은색으로 몸을 덮고 있었다. 검은 셔츠, 검은 바지, 검은 양말, 검은 운동화.

....

열린 문으로 습기찬 댈러스의 공기가 흘러 들어왔다.
"검은색 옷을 입기엔 좀 덥지 않나요?"
엘리가 물었다.
"당신은 정말 예쁘군요, 새틀러 박사. 하루 종일 당신 다리를 쳐다보고 있어도 지겹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당신 말은 틀렸습니다. 사실 검은색은 더위에 가장 좋은 색깔이죠. 흑인의 검은 피부가 열을 방출하는 을 기억하신다면, 검은색이 사실 더위에는 가장 좋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아주 능률적으로 열을 방출하죠. 어쨌든 난 딱 두 가지 색만 입습니다. 검은색하고 회색이지요."

문제가 된 부분은 'black-body radiation' 이다. 번역자는 이것을 '흑인의 검은 피부가 열을 방출하는 것' 으로 번역했지만 이것은 '흑체복사' 를 뜻하는 것이다. 흑체(black body)는 이상적인 물체로 입사하는 복사선을 모두 흡수하거나 모두 방출하는 물체를 뜻한다. 말콤 자신이 검은색을 즐겨입는 것을 '흑체복사'를 예로 들며 자신의 패션 스타일을 정당화 시키는데 사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가지 궁금한 것은 검은색이 열 방출을 효율적으로 하는 것이 맞지만 더운곳에서 검은색 옷을 입는 것이 옳은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많은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자정 직전이라고 했으므로 햇빛을 받지는 못할테고 열 방출만이 문제가 되므로 열 방출이 잘 일어나는 검은색이 효율적이라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Tim felt bad that he had missed seeing the animal, whatever it was. There was a sudden white crack of lightning, and his night goggles flared bright green. He blinked his eyes and started counting. "One one thousand ... two one thousand ..."
The thunder crashed, deafeningly loud and very close.
팀은 그게 무엇이었든 그 동물을 제대로 못 보았다는 것이 기분 나빴다. 갑자기 번개가 하늘을 하얗게 쪼갰다. 팀의 야간 안경에 밝은 녹색 불이 번쩍 했다. 팀은 눈을 깜빡이며 세기 시작했다. "천분의 일 ... 천분의 이 ... "
마침내 천둥이 쳤다. 아주 가까운 곳에서 귀가 멍멍할 정도로 큰 소리를 냈다.


번개가 치고 나서 바로 천둥소리가 들리지는 않는다. 빛과 소리는 속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빛은 3x108 m/s 이며 소리는 340 m/s 이다. 따라서 번개가 치고 나서 시간을 재 보면 번개가 친 곳과의 거리를 알 수가 있다. 번개가 치고 3초만에 천둥소리가 들렸다면 내가 있는 곳에서 대략 1km 거리에 번개가 쳤다는 뜻이다. 이걸 알고 나면 재미삼아서 번개가 칠 때마다 하나 둘 하면서 초를 세보면서 번개가 얼마나 먼 곳에서 쳤는지 알아보게 된다. 팀이 한 행동도 이것과 같다. 어두운 곳에서 공포심을 이겨내기 위해서 번개가 친 곳과의 거리를 계산하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이럴 때 보통은 "하나, 둘, 셋, 넷 ..." 이라고 하지 "천분의 일, 천분의 이" 라고는 하지 않는다. 그럼 "One, two, three..." 라고 하지 왜 "One one thousand, two one thousand" 라고 했을까? 자세한 거야 알 수 없지만, 짐작해 볼 수는 있다. 그냥 One 이라고 말하는데는 1초가 걸리지 않는다. One 이라고 말하고 잠시 쉬어야 1초가 된다. 그리고 Two 라고 말하고 잠시 쉬고... 하지만, One one thousand 라고 하면 말하는 동안 1초가 되어 버린다. 그리고 또다시 Two one thousand 라고 하면 또 1초가 지나서 2초가 된다. 단순하게 초를 세를 방법이겠거니 생각한다면 한국식으로는 "1초 ... 2초 .... " 정도가 적당할 것 같다.

이런 몇개를 빼면 전반적으로 번역이 상당히 잘 되어 있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원서에는 오타가 하나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번역본에는 제대로 나와있다. 번역할 때 소스를 따로 받는 것인지 아니면 출판된 책을 그대로 받아서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오타가 있는 책을 가지고 번역본에서 교정이 이루어졌다면 그것 참 신기한 일이다. 번역서에서 오자, 탈자는 기본인데 오히려 원본에서 난 오자를 교정하다니... 혹시나 해서 재판 인쇄가 나온 Jurassic Park 를 살펴 봤더니 그부분이 교정되어 있었다.

영어공부를 위해서 원서를 읽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번역본의 질이 좋다면 같이 비교해 가면서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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