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략의 즐거움


모략의 즐거움 - 10점
마수취안 지음, 이영란 옮김/김영사

 1. 중국코너에서 보게 되는것  http://appleii.tistory.com/58

점에서 중국관련 코너들을 보면 유난히 많이 보이는 것이 처세술에 관련된 책들이다. 중국인들에 대해 말할 때 '처세술에 능한 사람들' 이라는 표현이 많다. 아주 오래전부터 처세술에 관련된 책들이 많이 나오는 것이 그 증거가 될 것이다. 한국에서는 처
세술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금기시되어 있다. 상대방을 중상모략하고 정치적으로 우위를 점하는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하는것을 꺼려한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이러한 기술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으로 권장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별 거부감없이 이런책들이 나오는 것이다.

중국의 역사를 보다보면 음모와 배신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을 보고 당황하게 된다. 정치적인 음모와 배신은 한국에서도 늘상 일어났던 일이다. 하지만 겉으로는 도덕적인 면을 내세우며 그런것을 해서는 안될일로 살짝덮으려 하곤 한다. 겉으로는 고고한척 하면서도 속으로 할 건 다하는 것이다. 중국인들의 시각은 다르다. 필요하다면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짜피 내가 사용하지 않는다면 적이 사용할 것이다. 먼저 사용하여 적을 제거하는 것이 나를 살리는 길이다.

 2. 모략의 즐거움  http://appleii.tistory.com/58

'모략의 즐거움'은 중국의 고전인 나직경(羅織經)을 저자가 현대인의 취향에 맞게 번역한 것이다. 약간의 편집과 읽기 쉽도록 바꾼 번역이 있었겠지만 대부분 원문 그대로 번역한 것 같다.  처세술 관련 책들의 경우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하는 방법만 나와 있고 그것이 실제로 어떻게 쓰였는지에 대해서는 빈약한 경우가 많다. 그런면에서 '모략의 즐거움'은 중국의 역사속에서 실제로 쓰였던 방법들을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책이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약간의 당혹감을 느낄수도 있다. 한국의 독자들은 중국의 역사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세계사 시간에 대략적인 내용을 배우기는 하지만 책에서 설명하는 것처럼 세세한 인물중심으로 배우지는 않기 때문이다. 삼국지를 통해서 중국에 대해서 약간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도 이렇게 많은 인물들이 나오면 당황스럽고 지루하게 느껴질수도 있다. 하지만 인물이 다르고 시대가 다르더라도 적용되는 기술은 변함이 없다. 이런점에서 이 책의 내용은 시대를 초월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모략의 즐거움'을 읽는 사람들은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할 필요가 있다. 예시로 나온 내용들이 인륜, 도덕을 파괴하는 내용이 많기 때문이다. 자기 부인이 적대적인 국가출신이라는 이유로 자신을 의심하는 왕을 안심시키기 위해서 어려움을 함께 한 부인을 거리낌없이 죽이는 신하의 이야기도 나온다. 읽는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일으키는 내용이지만, 뜻밖에도 그런 사람들이 부귀영화를 누리며 승승장구한다. 이런 내용들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 생존의 위기속에서 도덕만을 지키며 살 수는 없다. 이것은 나뿐만 아니라 상대방에게도 그러하다. 자신이 그런 모략기술을 사용하는 것이 싫다면 최소한 남들이 사용하는 기술에 대해서는 알 필요가 있다. 그런 기술에 당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그러나, '모략의 즐거움'이 잔인한 내용으로만 가득찬 것은 아니다. 너무 높은 자리에 올라가면 사람들의 시기를 받아 화를 입게 되니 적당한 선에서 만족해야 된다는 부분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내용이다. 욕심을 버려야 한다거나 중용을 지킬줄 알아야 한다거나 하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들 보다는 실제 역사속 인물들의 현실적인 대처방법을 읽는 것이 더 유용하다. 지나친 욕심을 버리는 것이 도덕적으로 옳거나 철학적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자신의 생존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라면 좀 더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다. 예전부터 에세이집에서 나오는 두리뭉실한 내용을 싫어했던 나로서는 '모략의 즐거움'이 훨씬 정직한 내용을 담고 있고, 나아갈 방향을 분명히 제시해 주는 것처럼 보인다.  

수많은 자기계발서, 처세술 책에 지루함을 느낀 사람이라면 정신이 번쩍 들게 만드는 이런 책을 읽어 볼 필요가 있다.


 3. 이 책을 읽어야 될 사람  http://appleii.tistory.com/58

세상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 (그런 사람은 죽임을 당한다.)
나쁜 짓하면 천벌받는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사람. (천벌은 커녕 부귀영화를 누린다.)
나는 운이 나빴다는 사람. (세상의 이치를 이해하지 못했을 뿐이다.)

 4. 이 책을 읽고 나서 읽어봐야 할 책  http://appleii.tistory.com/58

사기해설서 (사마천의 사기를 쉽게 풀이한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등장인물들의 행동을 보면 '모략의 즐거움'을 읽는 재미가 더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