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史記) 본기

사기 본기(史記 本紀) - 10점
사마천 원작, 이인호 새로 씀/사회평론



 1. 인문학이 위기다?  http://appleii.tistory.com/62

사람들은 인문학이 위기라고 한다. 그런데 이것은 생각해 보면 학자들에게도 이유가 있다. 인문학자들이 썼다는 책을 보면 참 답답하다. 알듯말듯한 표현에 어려운 한자들이 책을 가득 채운다. 자신의 지식을 과시하려는 것이 책을 출판하는 목적인 것 같다. 책을 팔겠다는 것보다는 출판을 했다는 것에 더 의미를 두는 것 같다. 그러면서 한국인들은 책을 읽지 않는다는 소리를 한다.

 2. 사기(史記) 본기  http://appleii.tistory.com/62

사마천 하면 생각하는 것은 거시기를 날려먹은 아픔을 극복하며 역사책을 써내려난 불굴의 역사학자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 내용이 뭐냐고 물으면 대답할 것이 없다. 읽어 봤어야지. 그렇다고 케케묵은 옛날책을 읽어보고 싶은 마음도 없다. 교양이라고는 눈꼽만치도 없는 무식한 놈이라 해도 할 수 없다. 재미없는 것을 억지로 할수는 없으니까. 그런데, '모략의 즐거움'을 읽다보니 중국역사에 대해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인정머리라고는 찾아볼수도 없고 잔인한 행동도 당연하게 여기는 등장인물들을 보니 어떤 역사이기에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는지 궁금해졌다. 서점에 가면 중국사 코너가 있는데 사기(史記) 책들이 대단히 많다. 게다가 대부분 두꺼운 책들이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얇은 책이 있어 집어들어 보았더니 정말 보기힘든 '잘 만든 책' 중 하나였다.  내 기준에서 '잘 만든 책'이라는 것은 사진이나 그림이 풍부하고 있어야 할 곳에 해설이 있으며 핵심 내용들이 잘 정리된 책이다. 엄청난 두께를 자랑하는 근처의 사기(史記)보다 내용도 빈약하고 폼도 나지 않지만 몇장 넘기지 않아도 이해가 잘 가도록 쉽게 쓰여졌다.

사기(史記) 내용보다 더 마음에 드는 것은 각 장의 마지막에 나오는 해설이다. 해당 시대에 대한 해설과 왜 그렇게 쓰여졌는가에 대한 역자의 해석이 나와있다. 독자들에 따라서는 이 부분이 엉터리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가 있기에 중국역사에 대한 이해가 더 풍부해지고 문자 그대로 해석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오해를 줄일 수 있어서 더 좋았다. 이문열의 '삼국지'가 인기를 끈 것은 평역이었기 때문이었고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가 인기를 끈 것은 저자의 역사해석이 있기 때문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시오노 나나미를 극렬하게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건조하기 짝이 없는 책들에 지친 나는 시오노 나나미의 해석이 들어간 '로마인 이야기'를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사기(史記) 본기 중에서 제일 재미있는 부분은 항우와 유방이 나오는 '항우본기' 와 '고조본기' 부분이다. 특히나, 이 책은 '홍문지연' 에 상당한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반란군을 지휘하는 항우와 유방은 결국 대결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항우의 측근들은 유방을 제거할 기회를 세운다. 이걸 눈치챈 항우의 측근인 항백이 나서서 유방을 지켜주고 죽음의 위기를 모면한다는 내용이다. 항우와 유방은 대조적인 성격 때문에 많이들 이야기를 하곤 한다. 항우는 전형적인 영웅 타입이고 유방은 건달에 가깝다. 하지만 항우는 우유부단하고 잔인해야 할 때 잔인하지 못한 성격 탓에 항백이 내부의 적임을 깨닫지 못하고 유방을 놓치는 실수를 하고 만다. 반면 유방은 임기응변에 능한 타입으로 위기에 몰려도 바로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차이가 성공과 실패를 만들어 냈다는 점은 이 책을 읽고나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흔히들 위기에 몰려서 빠져나갈 곳이 없을 때 사면초가(四面楚歌) 라고 하는데 어떤 사람은 잘못 이해해서 '사면초과' 라고 하기도 한다. 마지막 글자가 노래를 뜻한다는 것을 안다면 그런 실수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항우가 유방에게 추격당해서 위기에 몰렸을 때 주변에서 초나라 노래가 들리자 항우의 고향인 초나라 까지 유방의 차지가 되었다는 생각에 슬퍼했다는 뜻이다. 문자 그대로만 보면 무미 건조하기 짝이 없지만 책을 읽으면서 이야기를 상상해 보면 항우의 절망과 패배감을 느낄 수 있다. 영화 '패왕별희'를 보고 나서 장국영만 생각나는 사람도 이 책을 보고나면 항우와 우희(虞姬)의 슬픈 이야기에 대해서 몇 마디라도 할 수 있을 정도는 되리라 생각한다. 그런것이 교양이 아닐까.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교양수준을 높일 수 있는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내용이 깊지는 않으므로 사기(史記)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다른 책을 권한다.

 3. 이런 사람에게 추천 http://appleii.tistory.com/62

'패왕별희' 하면 장국영만 생각나는 사람
사마천 하면 거시기 날려먹은 것만 생각나는 사람
유방하면 웃음만 나오는 사람


 4. 이 책과 비슷한 구성의 책  http://appleii.tistory.com/62

카이사르의 갈리아 전기를 번역한 책이 있다. 사기본기와 마찬가지로 그림과 자료가 풍부하다. 출판사는 두 곳인데, 둘 다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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