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략3 - 군사

모략 3 - 10점
차이위치우 외 34인 지음, 김영수 옮김/들녘(코기토)


신문의 주말면을 보면 책을 소개하는 코너가 있다. 소개가 잘 되어 있으면 나도 모르게 구입하게 되는데, 사고 나서 후회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떤 책은 한동안 책장에서 먼지만 쌓이고 관심에서 멀어져 있다가 시간이 많이 흐르고 나서야 그 책의 가치를 확인하게 된다. 요즘은 '모략'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책들이 많이 나와 있지만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당시에는 책 제목으로 쓰기에는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상당한 양이 팔려나갔다고 한다.

이 책은 총 3권 시리즈로 구성되어 있으나 당시에는 3권 군사모략만을 구입하고 기억에서 잊혀져 버렸다. 한국에서는 출판사가 망해버리는 경우가 많아서 오래된 책은 구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이 책이 재발간되어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재발간된 책은 크기를 줄이고 표지를 하드커버로 만들었다. 크기를 줄인것은 휴대에 편리하도록 하려는 배려겠지만 하드커버는 이해하기 어렵다. 이런 책은 겉모습이 어떤가는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성들 대상의 책이라면 예쁘게 만들어야 잘 팔리겠지만 여성들이 이 책에 호의적일지는 의심스럽다.

3권 군사병법은 손자병법과 오자병법 그리고 기타의 고전들을 인용하면서 실제 전장에서 벌어졌던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다. 책의 원전이 중국에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중국과 소련의 사례가 다수 소개되고 있다. 전사(戰史) 책들이 보통 유럽이나 미국의 책들을 번역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 반대편인 소련의 사례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다른 책에서는 보기 어려운 소련의 사례들을 살펴보는 것은 이 책을 보는 또다른 재미다.

이 책을 읽으면서 깊이 공감하는 한 구절이 있다.

노여움을 끓게 한다
노이요지(怒而撓之)

...기원전 632년, 진(晉), 초(楚)의 성복 전투에서 초군이 패배한 원인의 하나는 초군의 주장이 진군의 감정 자극술에 말려들어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바람에 형세가 대단히 불리해진 상황에서 결전을 치렀기 때문이다.

...초군의 주장 자옥은 화가 머리끝까지 뻗쳐 진군을 공격했다. 진군은 '퇴피삼사'의 모략으로 미리 눈여겨보아둔 유리한 전투지 성복까지 90리를 후퇴했다. 초군의 장수들은 추격을 멈추자고 했으나 자옥은 듣지 않았고, 결과는 처참한 패배로 끝났다. 자옥은 자살로서 패전의 책임을 대신했다.

....남이 견디지 못하는 것을 견디는 자라야 비로소 남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할 수 있다. 멀리 내다볼 수 있는 지혜가 있어야 깊은 모략을 실행할 수 있고, 이익을 좇고 손해를 피할 수 있다. 일시적인 감정에 지배되어서는 이러한 경지에 결코 이를 수 없다. 적의 '도전장'이나 열 사람의 '격장술'을 못 본 척 못 들은 척 외면할 수 있어야지, 그것 때문에 움직였다가는 낭패를 보게 된다. 자제력이 있어야 용감하고도 지혜로운 장군이라 할 수 있다.

자옥처럼 '건드리기만 해도 펄쩍 뛰는' 도살꾼과 무인은 모략가와 나란히 거론할 수 없다.

...전쟁에서는 갖가지 복잡한 현상이 일어난다. 인간은 누구나 감정에 좌우되는 동물이다. 총명한 지휘관은 적을 자극하여 적이 불리한 조건에서 격전하게 하는 데 능하며, 나아가 자신의 모략 수양을 강화하여 급한 상황에서도 서두르지 않는다. 이렇게 해야 적이 아무리 강하고 교묘한 자극을 가해오더라도 '끓어오르는 화'를 누르고 침착, 냉정하게 문제를 되씹을 수 있다.


정신수양을 강조하는 철학서적이나 무조건 참으라고만 하는 수필을 보면서 콧방귀만 뀌었던 사람이라도 위의 사례를 보면서 깊이 공감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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