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손자병법

소설 손자병법 - 전4권 세트 - 8점
정비석 지음/은행나무



 1. 손자병법  http://appleii.tistory.com/66

손자병법이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어도 막상 그 내용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사람이 적다. 읽어봐야지 하고 책을 들여다봐도 한자만 가득할 뿐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식으로 고전들이 책장에서 먼지만 쌓이며 장식품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이럴 때 소설의 형식을 빌려 손자병법을 설명하면 어떨까? 작가 정비석은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소설 손자병법은 손자병법의 저자인 손무와 그 후손일 것이라고 추측되는 손빈의 이야기이다. 한 때 손자병법의 저자가 손무인가 손빈인가 하는 논란이 있었으나 1970년대에 발굴된 자료를 통해서 손자병법의 저자가 손자임이 밝혀졌다. 손빈은 손무보다 100년 뒤의 사람으로 알려져 있으나 직계 후손인지는 불명확하다. 그러나 소설에서는 유명한 두명의 병법 연구가를 할아버지와 손자로 등장시키고 있다. 소설적인 재미를 위한 작가의 상상력으로 봐도 좋을 것이다. 손빈과 방연의 이야기는 아주 유명한 이야기이고 소설의 소재로 쓰기에도 딱 좋은 소재이므로 약간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할아버지와 손자로 등장시키면 그럴듯하기 때문이다.

 2. 영웅담을 읽을 나이가 아니다.  http://appleii.tistory.com/66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영웅'이 아니다. 손무는 병법을 연구하는 '은둔고수'이며 병법을 사용해보기 위해서 오나라의 사령관이 되었으나 전쟁이 끝난 뒤에는 오히려 병법 연구보다는 공자의 사상에 심취하여 다시 은둔 생활로 돌아간다. 오자서는 아버지와 형의 복수를 위해서 왕의 유골을 난도질하는, 어떻게 보면 인격수양이 덜 된 사람이다. 거기다가 오월동주의 주인공인 부차와 구천은 어떠한가. 복수를 위해서 전쟁을 일으키며 충신들의 목을 쳐내는 군주가 아니던가. 오자서는 오나라의 충신이었으나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했고 월나라의 범려는 군주가 자신을 제거하리라는 운명을 예감하여 방랑생활을 한다.

삼국지의 등장인물들이야말로 전형적인 '영웅'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어렸을 때는 삼국지를 읽고 나이 들어서는 읽지 말라고 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영웅'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꿈을 키우라는 것이 첫번째 이유였을 것이고 나이가 들면 현실을 파악하라는 것이 두번째 이유였을 것이다. 현실속에서는 조직을 위해 충성하거나 공이 많은 사람들이 제일 먼저 내팽겨쳐진다. 이런 비정한 현실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영웅담에서 멀어지게 된다.

한 때 청소년들 사이에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던 '은하영웅전설'을 책장 한구석에 곱게 모셔두고 있었으나 이사를 가면서 과감하게 팔아 버렸다. 추억이 담긴 책이기도 하고 한권한권 서점에서 살 때마다 다음 이야기를 기대했던 즐거움을 안겨줬던 책이기도 했지만, 더이상 이책을 읽을 나이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외전 한권을 제외하고 총 13권을 비닐 포장까지 해가면서, 혹시라도 읽으면서 책에 접힌 자국이라도 날 까봐서 잔뜩 긴장하면서 읽었던 책이다. 하지만 이제는 영웅들의 이야기는 가슴 한구석에 고이 간직하고 현실속에서는 누가 나를 배신할 것인지 상대방이 예상치 못한 반응을 보일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더 관심이 간다.

 3. 공자의 깜짝 출연  http://appleii.tistory.com/66

손무가 공자를 '상가집 개'라고 욕했다가 끝부분에서 공자의 사상에 빠지는 장면이 나온다. 처음에는 부국강병을 위해서 몸을 아끼지 않다가도 목표가 이루어지면 주색에 빠지는 군주의 모습을 보면서 과연 무엇을 위한 전쟁이었나를 고민하면서 병법연구보다 공자의 사상에 심취하게 된 것이다. 공자왈 맹자왈 하는것 보다는 소설속에서 나오는 공자의 사상에 더 매력을 느끼는 것은 작가의 뛰어난 필력덕에 이야기가 그럴듯하게 전개되기 때문일 것이다.

더 재미있는 것은 공자또한 손무의 병법서를 보고 감탄하며 손무를 만나고 싶다며 길을 나서는 장면이다. 각자의 분야에서 이름을 떨친 고수들이 모여서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 궁금해지려 하는 순간 안타깝게도 공자는 저 세상으로 가 버린다. 역사적 사실과 소설적 상상력이 교묘하게 결합하여 잔잔한 재미를 안겨주는 것이 이 소설의 장점이다. 예수와 붓다가 논쟁을 벌인다면 어떤 이야기가 오갈까. 나폴레옹과 징기스칸이 전쟁을 벌인다면 누가 이길까. 가끔 이런 생각을 하면서 상대방이 어떻게 대응할지 상상해 보는것도 재밌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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