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됐든 산티아고만 가자] - 이런것이 여행의 즐거움

어찌됐든 산티아고만 가자 - 10점
권순호.이경욱 지음/청하


여행은 왜 가는 걸까? 어떤 사람은 맛집 찾아가는 재미로 간다고 한다. 또 어떤 사람은 남들이 가본 곳이 궁금해서 간다고 한다. 여행가이드의 내용 대부분은 맛집 소개와 유명한 유적지 소개가 대부분이다. 보통의 여행은 가이드에 나온대로 따라가는 것이 전부다. 대부분의 여행기들이 여행가이드의 내용과 비슷하다. 이와는 다르게 조금 폼나게(?) 여행기를 쓰는 사람은 인생이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알듯 모를 듯한 풍경 사진과 자작시 몇 편 보여주는 것으로 책 한권을 채운다. 보통 이런 책은 유명한 연예인들이 쓰는 경우가 많다.

여행의 또다른 즐거움은 낯선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낯선 사람들을 만나며 친해지고 서로 우정을 쌓아가는 그런 여행을 하는 사람들 말이다. 나도 그런 여행을 꿈꿨지만 낯선 이와 만나는 것을 꺼려하는 성격탓에 주로 혼자가는 여행을 즐기는 편이다. 하지만 마음속 깊은곳에는 낯선 이들과 어울려서 재밌는 이야기거리를 만드는 여행을 꿈꾸곤 한다.

아주 우연하게도 남자 셋이서 낯선 이들과 어울리며 그림을 그리는 여행을 하는 여행기를 읽게 되었다. 천성이 낙천적인 일러스트레이터 이경욱, 그리고 가끔씩 게시판에 오르곤 하는 배꼽잡는 만화를 그리는 웹툰작가 (http://www.hozo.net), 약간 소심한 출판기획자 셋이서 산티아고로 가는 도보여행을 하는 것이다. 산티아고 하면 칠레의 그곳이 생각나서 나는 남미 여행을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스페인의 산티아고로 가는 여행이다. 무려 800km 가 넘는 도보여행. 한달 넘게 걸어야 하는 여행을 하면 인생이 바뀐다고 한다.


그래서 인생의 전환점이 필요한 이들이 이 여행을 선택한다고 한다. 주인공 3명이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앞으로의 진로 문제로 고민하는 독일청년 베네딕트, 화재로 불탄 집을 보며 오히려 잘되었다며 호주로 날아가서 상점 점원으로 일하며 여행을 했다는 클라우디아, 장기간 신혼여행을 하는 부부등등.. 인생에서 새롭게 갈길을 찾아야 하는 사람들에게 산티아고 가는길은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낯선 이들과의 만남이라고 해도 술집에서 술잔 몇잔 돌리면서 춤이나 추는 정도라면 구태여 여행을 갈 필요없이 클럽을 가면 된다. 하지만 산티아고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들은 같은 목적지를 향해서 간다는 공통의 목표가 있었고 이것이 사람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이 재미있는 것은 이런 경험을 우아하거나 고상하게 포장하려 하지 않고 솔직하고 가볍게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심각하게 여행을 하려 하기보다는 친구들도 사귀고 그림도 그려가며 인생을 즐기면서 사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특히나 '그림을 그리면서 여행하는 한국인들'에 대한 소문이 퍼지면서 어느새 유명인이 되어버린 이야기는 재미있다. 도보여행을 하기 때문에 앞서거니 뒷서거니 해도 하루에 걸을 수 있는 거리는 한정되어 있다. 그러다 보면 계속해서 같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어떤 사람들이 여행을 한다더라는 이야기는 빨리 퍼지게 된다. 몇번씩 헤어져도 결국 다시 만나게 되는 친구들은 마지막 목적지인 산티아고를 향해서 야간행군(!)을 하게 되고 마치 축제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며 마지막까지 즐기는 여행을 하게 된다.

사실, 도보여행이라는 것이 이렇게 재미있게 끝나기는 어렵다. 혼자가면 외롭고 여럿이 가면 싸우기 쉽다. 게다가 여행길에 친구를 사귄다는 것은 더 어렵다. 안 좋은 추억으로 남기 쉬운 것이 도보여행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선뜻 나서기가 어려웠다. 이 책을 보면서 도보여행을 하고 말겠다는 굳은 결심(!)을 하지는 않겠지만 언젠가 동료 2명을 모아서 도보여행을 해보고 싶다는 가능성은 열어두고 싶다.   

이 책 중간중간에 짜쯩이 날수도 있는 일이 그런대로 순탄하게 진행되었던 것은 낙천적인 성격의 글쓴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3명이 짝을 이루어서 여행을 하게 된다면 1명은 그런 사람으로 골라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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