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신탁 문제는 대단히 골치아프고 이해하기가 어려운 주제이다. 부동산의 실제주인이 자기이름으로 등기를 하면 좋겠지만 언제나 샛길을 찾는 사람들은 있게 마련이고 그런 샛길로 들어섰다가 호되게 당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나 한국사람들은 문서를 읽고 해석하는 것을 대단히 싫어하고 사람 말만 믿고 일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서 더 그렇다. 이런 문제때문에 법원에서도 개인들의 행위에 함부로 개입하기 보다는 조금 느슨하게 처리하려는 경향이 많다. 덕분에 법률관계가 누더기가 되기는 하지만 말이다.
부동산의 명의신탁문제에서 까다로운 두 가지 경우가 있다. 3자간 명의신탁과 계약명의신탁이다. 3자간 명의신탁은 신탁자가 매도인과 직접 계약을 하고 매도인의 동의를 얻어서 수탁자의 명의로 이전을 해주는 것이다. 계약명의신탁은 수탁자와 매도인이 거래 당사자가 되어서 수탁자 명의로 직접 소유권이전등기가 되는 것이다.
95년에 [부동산실권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실제 소유자가 자신의 명의로 등기를 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게 되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제4조이다.
① 명의신탁약정은 무효로 한다.
②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행하여진 등기에 의한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은 무효로 한다. 다만,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취득하기 위한 계약에서 명의수탁자가 그 일방당사자가 되고 그 타방당사자는 명의신탁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③ 제1항 및 제2항의 무효는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제4조에 따르면 명의신탁약정과 수탁자의 등기는 무효이다. 2항 단서에는 매도인이 명의신탁약정을 몰랐을 경우에는 수탁자 명의의 등기가 유효하다고 되어있다. 이 법에 따르면 매도인이 선의일 경우에는 수탁자의 등기는 유효하고 명의신탁약정은 무효이다. 명의신탁이 있었다는 이유로 부동산의 등기이전을 청구할 수 없고 수탁자는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한다. 신탁자에게는 억울한 경우가 될 것이다. 그럼, 신탁자가 수탁자에게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명의신탁약정이 부동산실명법 이전이냐 이후냐에 따라 다르다.
1. 부동산 실명법 이전에 명의신탁약정이 있었을 경우 부당이득 |
1.1 수탁자의 부당이득 = 부동산인 경우
부동산실명법 시행전에는 명의신탁이 유효했으므로 신탁자가 수탁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하는 것이 가능했다. 부동산실명법 시행 후라도 마찬가지다. 이부분이 약간 골치아픈데 대법원의 판단은 부동산실명법이 신탁자에게 소유권이 귀속되는 것을 막는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출처 : 대법원 2002. 12. 26. 선고 2000다21123 판결【소유권이전등기】 [집50(2)민,409;공2003.2.15.(172),452])
이해하기가 좀 어렵기는 하지만 부동산실명법의 시행으로 수탁자가 자동으로 소유권을 취득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위 판결에서 조건으로 내세운 것은 법 시행후 유예기간 (1년)이 지날때까지 소유권이전등기가 가능했다면 그 이후에도 인정해 주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신탁자는 수탁자에게 부동산을 부당이득으로 반환청구할 수 있다.
1.2 수탁자의 부당이득 = 매수자금인 경우
그럼 유예기간이 지날 때까지 소유권이전등기를 할 수 없는 사정(법률적 장애)이 있었다면 어떻게 될까? 그 경우에는 어짜피 소유권을 가져올수는 없고 수탁자에게 제공한 매수자금만을 부당이득으로 반환청구할 수 있다.
(출처 : 대법원 2008.5.15. 선고 2007다74690 판결【전부금】 [공2008상,852])
유예기간이 경과할 때까지도 이전등기를 못 할 상황이었다면 그 이후에도 인정해줄 필요가 없으므로 소유권을 되찾아 올수는 없다. 다만 제공한 매수자금을 반환청구할 수 있다.
2. 소유권이전 등기청구권의 소멸시효 |
2.1 소멸시효 완성된 경우
결국 부동산 소유권을 돌려받으려면 신탁자가 유예기간이 경과하기까지 소유권이전을 받기 위한 법률적 장애가 없었어야 한다. 그럼 언제까지라도 소유권을 넘겨받을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유예기간 경과 후 10년이 지나면(1996. 7. 1. 이후 10년이므로 2006. 7. 1. 부터) 소멸시효가 완성되어서 더 이상 소유권을 넘겨 받을 수 없다.
(출처 : 대법원 2009.7.9. 선고 2009다23313 판결【소유권이전등기】 [공2009하,1430])
특히 위 판결에서는 신탁자가 부동산을 점유하고 있더라도 소멸시효가 진행한다는 해석을 하고 있다. 부동산실명법의 취지에 비추어 강력하게 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 신탁자가 점유하고 있다고 하여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면 법을 위반한 상태로 권리를 보호해 주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2.2 소멸시효 중단된 경우 (소멸시효 완성전 소 제기)
그럼, 이런 경우는 어떻게 될까?
(1)유예기간이 지날 때까지 법률적인 장애가 없었고,
(2)소멸시효 기간이 지나기 전에 소송을 했다.
그경우에는 수탁자가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하는 것은 부동산이다.
(출처 : 대법원 2010.2.11. 선고 2008다16899 판결【소유권이전등기】 [공2010상,502])
위의 사례에서는 소멸시효가 완성되기 직전에 아슬아슬하게 소를 제기해서 부동산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소멸시효가 완성되기 전에 소를 제기하지 않았다면 소유권 이전 문제는 깔끔하게(?) 정리가 되는 것이다. 더이상 넘겨 받을 수 없다.
3. 부동산 실명법 이후에 명의신탁약정이 있었을 경우 부당이득 |
지금까지는 부동산실명법 이전에 계약명의신탁약정이 있었던 경우였다. 그럼 법 시행 이후에 계약명의신탁약정이 있었다면 어떻게 될까. 이 경우에는 신탁자가 부동산 소유권을 넘겨받을 방법이 아예 없다. 따라서 부당이득반환 청구로 받을 수 있는 것은 제공한 매수자금 뿐이다.
(출처 : 대법원 2005. 1. 28. 선고 2002다66922 판결【소유권이전등기등】 [공2005.3.15.(222),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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